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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다

[2024.03월] 할머니의 봄날 (천안 들밥,RUBEA카페)

by 동그리야 2024.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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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왔던 첫날과는 다르게 하늘이 맑았던 둘째 날, 엄마와의 봄 나들이를 마치고 돌아오던 중 외할머니를 뵈러 천안에 들렀다.
맛있는 밥 한 끼 사드리고 싶었는데 오늘 선정된 메뉴는 "보리밥"이었다. 
요양원에서 생활하고 계시는 할머니는 우리랑 함께 먹으면 뭐든 다 맛있다고 좋아하셨다.
 
큰 이모 단골집이라시던 "들밥" 엄마가 세 번 방문했는데 방문 때마다 문이 굳게 닫혀있어서 아쉬웠다고 해서 더욱 기대가 되는 점심이었다.
 

들밥

위치: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북면 위례성로 39
시간: 매주 수요일이 휴무지만 멀리서 방문하신다면 꼭 전화로 영업확인 하시길 추천드립니다.
문의: 041-555-1192
주차: 식당 앞 주차가능

 
 

(들밥 마당에서 키우는 고양이로 추정)
이모의 정보로 길고양이 두마리라고 하셨는데, 심상치 않은 애교를 보아하니 집을 나왔거나 버려진 고양이를 사장님께서 보살펴 주시는 듯했다.
귀여워 너무 귀여워... 동물은 사랑이야...


보리밥정식 4인분 주문 후 체감상 5분도 되지 않아 나온 찬들과 찌개 :-) 
앉자마자 물대신 나오는 숭늉은 이모의 넘나 빠른 배분 덕분에 사진으로 담지 못했다. (오른쪽에 저 빈 냄비.. )
 
건강한 나물반찬은 간도 슴슴하고 보리밥에 넣고 비벼 먹기에 가짓수도 다양해서 만족했고 저 된장찌개가 진짜 맛있었다.
4인이라 작은 접시에 나오는 나물들을 큰 접시 하나에 조금씩 더 내어 주신 것 같다.
사장님께서 오셔서 나물이 부족하면 더 주신다고 하셨지만 기본으로도 충분했다.  

 
손대기 전에 밥을 접시에 덜고 나물은 남기지 않고 골고루 넣어준다. 취향에 맞게 고추장/참기름 두르고 비벼준다.

나는 어릴 적 엄마를 따라 비비던 버릇(?) 입맛(?)이라 늘 된장찌개에 들어가 있는 야채와 두부 그리고 국물도 조금 넣어준다. 
역시 그녀들의 나물사랑..ㅋㅋㅋ 
비빔밥이나 보리밥은 밥이 아니라 나물을 먹어야 하는 거라며...  그녀들의 밥그릇엔 밥보다 나물이 한가득이다.



.... 깨끗이 비워진 접시가 증명해 준다. 그녀들의 나물사랑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나도 밥 한 톨 안 남기고 나물에 들어있는 깨 한톨 안남기고 긁어먹었다.
할머니와 먹는 식사에, 건강한 밥상에 너-무 맛있게 먹었다.
할머니댁에서 먹던 할머니의 손맛과 추억이 느껴지는  들밥집이었다.
 
밥을 먹었으니 이제 커피를 마셔줘야지..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카페에 가서 커피 마시기' 
이건 아마 엄마가 모시고 가서 생긴 취미인 게 틀림없다. 배부르다 배부르다 하시면서도 그렇게 좋아하신다고^^.... 
 

RUBEA(루베아)

위치: 충남 천안시 동남구 목천읍 교촌 7길 46-11
시간: 매일 11:00 ~ 21:00 (라스트오더 20:00)
주차: 건물 앞 가능하나 협소함 

 

 
주문 → 고구마라테 1잔 , 아메리카노 세잔인데 두 잔은 샷하나 빼고 연하게 해주시고 하나는 진하게
 
모시고 다니기에 날씨가 화창하고 너무 좋았던 날
카페에 설치되어있는 흑백사진도 찍고, 하늘도 이쁘고, 맑게 웃으시는 할머니도 이뻐서 남긴 사진 여러 장 
 
 
커피사진을 열심히 찍어보는 나에게 엄마가 건넨 한마디 "사진 왜 이렇게 못 찍니... 기둥이 나오잖아, 잘 좀 찍어봐"
안 그래도 저 사진 찍을 때마다 친구들한테 혼나요 엄니까지 안 그러셔도 됩니다...(-ㅅ-)... 
 
그런 엄마를 한번 나를 한 번씩 쳐다보시고는 씨-익 웃으시는데 할머니의 그 미소 속에서 느껴진 감정에 울컥했다.  (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ㅋㅋ)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받은 사랑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이쁘다고 안아주고 뽀뽀해 주고 나만 쳐다봐주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철없던 때가 있었다.
커서 보니 할머니 할아버지는 그냥 무뚝뚝한 성격이었던 것뿐이었다. (친가도 외가도... 하물며 아빠도 엄마도...)  
지금 생각해 보면 할머니와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와의 좋은 추억이 꽤 많다. 
 
지인분에게 들었던 한 문장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다" 이 문장을 최근 많이 공감하고 되새긴다.
 
할무니, 뵐 수 있을 때 자주 찾아뵐게요. 오래오래 건강하셔서 앞으로도 함께 할 날이 많길 바래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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